나른한 일요일 오후였다. 방학도 시작된 터라 할 일이 지독히도 없었다. 과제를 하루에 두세 개씩 해치우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요한은 침대에 누워 새하얀, 아니, 오후 햇살에 주황색으로 물든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해가 확실히 짧아지긴 한 것 같다. 종이가 마찰하며 나는 소리가 때때로 나며 텅 빈 소리를 채워주었다.
"테오. 우리 게임 할까?"
테오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충 맞받아치듯이 웅얼거렸다.
"...무슨 게임?"
"음... 재미있는 거."
아무런 말이 없었다. 엄청 몰입한 것 같았다. 뭔 놈의 책을 그렇게 읽어대는지. 요한은 몸을 테오가 있는 쪽으로 굴렸다. 양반다리로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무릎 위에 머리를 기대 양팔로 허리를 끌어안고 얼굴을 배에 비비적거리자 그제야 테오가 책에서 눈을 떼고 흘깃 눈길을 주었다.
"게임 하자. 응?"
테오는 기껍지는 않은지 조그맣게 한숨을 쉬고 두꺼운 책을 탁 소리 나게 접었다. 요한은 테오가 무언가에 집중 해 있을 때 굳이 건드리는 편은 아니었지만 오죽하면 심심했을까. 맞춰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을 기대에 가득 차 쳐다보는 요한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다 결국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테오가 정신을 차렸을 때 이미 둘은 끈적하게 키스를 하고 있었다. 숨이 차 머리가 띵했다. 당장에라도 요한을 밀쳐내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패배 확정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느릿하게 혀를 비벼오는 요한에 테오는 어깨를 파드득 떨었다. 종이의 마찰 대신 츄웁, 츕 거리는 젖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귀엽긴.
요한은 두 눈을 꼭 감은 쳐다보며 입꼬리를 슬쩍 끌어올렸다. 눈 밑이 빨개진 채 입술을 핥을 때마다 바들거리는 테오의 모습은 정말 볼만했다. 토끼 앞의 사자가 된 것 같은 포식자의 기분을 만끽하며 짙게 웃었다. 반면 테오는 점점 궁지로 몰려가고 있었다. 정신이 몽롱해졌다. 산소가 부족한 것인지, 흥분돼서 그런것인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타액이 입꼬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평소같으면 닦아냈겠지만 그럴 정신이 없었다. 그저 쉴틈없이 입을 헤집는 요한을 밀어내지도 못하고 겨우겨우 받아낼 뿐이었다.
...만지고 싶다.
저 달뜬 얼굴을 쓸어내리고, 허리를 지분대고, 꽉 끌어안아 다시는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하고싶다.
요한은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망할, 먼저 하자고 한건 나인데 왜 내가 애가 타는거야. 요한은 주먹을 말아쥐었다. 얼마나 세게 쥐었으면 손바닥에 손톱 자국이 하얗게 남았다.
아랫입술을 세게 빨아들이자 흐응, 하는 얕은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속눈썹이 몇번 움찔거리나 싶더니 눈두덩이가 나른하게 올라갔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이 젖어있는 눈동자에 속으로 이를 갈았다. 젠장, 모르겠다.
기우뚱, 하는 느낌과 함께 머리에 닿는 폭신한 촉감에 테오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요한, 자, 잠깐...!"
네가 졌잖아! 억울한 두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위에서 잡아먹을듯이 빛내고 있는 금빛 눈동자에 몸을 흠칫 떨었다. 아, 오늘 잘못걸렸다. 몇분전의 자신을 원망했지만 자신의 목을 짓씹듯 집요하게 빨아대는 요한을 밀어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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